
1화
피로 시작된 아침
그날 아침 눈을 뜬 순간, 지옥은 시작되었다.
머릿속이 마구 뒤틀린다. 마치 누가 망치로 뒷통수를 수십 번 두들긴 것처럼, 통증이 울컥울컥 밀려온다.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자, 낯선 천장이 흐릿하게 시야를 채운다.노란 형광등 아래로 때가 낀 벽지, 얼룩진 커튼, 그리고 금이 간 천장. 숨을 들이쉬는 순간 코를 찌르는 싸한 냄새가 폐로 밀려든다. 곰팡이, 담배, 땀…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불쾌한 철냄새.
이곳은 내 방이 아니다. 이 냄새도, 이 공기도, 이 낯선 공포도 전부 내 것이 아니었다. 머리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그 순간. 왼팔 소매가 시야 한가운데를 스치며 지나간다.
피.
피다.
심장이 세차게 요동친다. 붉게 말라붙은 얼룩이 셔츠 소매를 타고 굳어있다. 심지어 피는 단순히 묻은 수준이 아니다. 스며든 흔적이었다. 피가 번져들어가고, 그 위에 다시 덧입혀진 핏자국들. 적어도 한 번 이상 닦으려 했지만 실패한 흔적처럼 보인다. 나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올린다. 손바닥, 손등, 손톱 아래. 갈라진 핏줄처럼 굳은 피가 손가락 사이사이를 감고 있다.
입술이 말라붙고,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가슴이 조여오고, 목구멍 깊은 곳에서 메스꺼움이 올라온다.
”……씨발.”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지만, 다리가 풀린다. 몸이 비틀거리고, 발등에 식은땀이 맺힌다.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이질적일 만큼 평온하다. 세상은 여전히 평화로운데, 내 안에서만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진다.
방을 둘러본다. 바닥엔 벗겨진 구두 한 짝. 한쪽은 침대 밑, 다른 한쪽은 출입문 바로 앞에 처박혀 있다. 테이블엔 물병도 없고, 시계도 없다. 모텔 특유의 싸구려 비누와 화장실 불빛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침대 옆 협탁을 본다. 거기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 든 게 평범할 리 없다는 직감이 전신을 감싼다. 망설이다가, 봉지를 연다. 한 벌의 셔츠. 핏자국이 얼룩진 손수건. 그리고 낯선 핸드폰 하나.
진동이 멈추고, 화면에 뜬 알림이 눈에 들어온다.
“금일 새벽, 서울 OO구 인근 주택가에서 남성 변사체 발견. 경찰, 외부 침입 흔적 없는 타살 가능성에 무게.”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사진도 없다. 하지만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등골을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내가 죽인 건가? 아니, 난 그 사람을 모른다. 정말로. 하지만 내 손에 묻은 이 피는… 이 방 안에 남은 흔적들은… 그걸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선 어떤 논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단지 두려움만이 있다.
경찰이 도착한 건 오전 열 시였다. 나는 방 문 앞에서 그들과 마주쳤고, 그들의 말은 나를 더 깊은 혼란으로 밀어 넣었다.
“한도윤 씨 맞으시죠?”
“오늘 새벽 2시, 피해자와 함께 있는 걸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숨을 쉬는 것도 잊었다.
제보? 피해자? 함께 있었다고?
도대체 누가? 왜?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아직 그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모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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