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목격자의 얼굴
경찰서 유치장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누가 의도적으로 소리를 없앤 것 같았다. 눈을 감으면, 방금 전 모텔 방에서의 냄새와 감촉이 다시 코끝에 스며든다. 피비린내, 싸늘한 시트, 알 수 없는 공포.
나는 형사 앞에 앉아 있었다.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이지 못한 채, 불편하게 몸을 세우고 있었다.
“이름, 한도윤. 생년월일 1996년 11월 3일. 직장인은 맞죠?”
형사의 말투는 건조했다. 계속되는 질문, 그리고 반복되는 정보 확인. 뭔가를 끌어내려는 압박감은 없었지만, 대신 그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는 태도가 이상하게 더 긴장감을 준다.
“피해자 이름은 민성재. 오늘 새벽 3시 20분, OO구 주택가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CCTV에 따르면 새벽 2시 직전, 그 근처에서 당신이 확인됐어요.”
그 이름. 나는 그 이름을 계속 되뇌었다. 민성재. 아무리 떠올려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 사람, 난 모른다. 하지만 손에 남은 피는 거짓이 아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이… 없습니다. 정말로.”
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을 꺼냈다. 흐릿한 CCTV 캡처. 거리의 가로등 아래, 두 사람이 서 있다. 한 명은 분명 나였다. 그리고 옆 사람—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 형체만, 실루엣만.
“이 사진만으로는 누구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우린 그 시간대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형사는 큰 종이 파일을 한 장 넘겼다. 깔끔하게 정리된 진술서 한 장.
“새벽 1시 55분경, 피해자와 피의자가 큰소리로 다투는 장면을 목격. 골목 안쪽으로 사라짐. 이후 혼자 나온 남성이 모텔 방향으로 향함.”
“성별은 남성. 이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신분도 확인 중이에요. 단지 그 사람이, 당신을 ‘확신한다’고 했다는 건…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네요.”
형사의 말은 말투만 보면 담담했지만, 그 마지막 문장은 의도적으로 던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사진 속 실루엣을 다시 바라봤다. 어딘가 낯익은 형체. 하지만 어디서 본 건지는 모르겠다. 감정도 없다. 단지, 불쾌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나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심문이 끝난 후, 형사는 변호사 접견 요청이 들어왔다며 나를 면회실로 데려갔다. 나는 변호사를 선임한 기억이 없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인 여성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단정한 인상. 어디선가 봤던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하게 정리된 외모. 하지만 나는 그녀를 본 기억이 없다.
“한도윤 씨. 처음 뵙겠습니다. 변호사 이서연입니다.”
그녀는 차분하게 명함을 내밀었다.
나는 천천히 그것을 받아들었다.
“변호사 선임한 적 없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내용과 위치를 보고, 제가 먼저 연락드린 겁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이 사건…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라서요.”
그녀는 정중하고, 어조도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너무 매끄러웠다.
“혹시… 피해자분과 아시는 사이신가요?”
“예전에 같은 학교를 다녔습니다. 많이 친하진 않았지만요. 아무래도… 안타까워서요.”
말은 깔끔했지만, 어느 단어도 감정을 담고 있지 않았다. 슬픔도, 당혹도, 분노도 없었다. 이서연은 마치 일의 흐름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무리한 말일 수 있지만, 지금 경찰은 상황을 굉장히 빠르게 몰아가고 있습니다. 제보자도 확보됐고, 당신의 기억 공백도 부담이 크죠. 혼자 이 상황을 감당하실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서… 제가 돕고 싶습니다.”
그녀는 정말 이성적인 선택지처럼 보였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가시처럼 찔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나를 돕고 있는 걸까,
아니면 뭔가를… 유도하고 있는 걸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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