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기억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민정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운 조사실 안, 사람 셋. 서로 말없이 마주 앉은 상태로 몇 초가 흘렀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지만,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당신, 기억 안 나는 척하지 마요.”
민정우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울렸다. 감정을 숨기지도 않았지만, 터뜨리지도 않았다.
“형이 그날 얼마나 무너졌는지… 당신은 다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나는 숨을 들이켰다. 가슴이 조여왔다.
정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당신, 그 자리에 없었죠.”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정우가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침묵. 그 짧은 침묵이 전부였다. 나는 그 순간, 확신했다. 그는 ‘직접 본 적이 없는 장면’을 말하고 있었다.
“당신, 그땐 중학생이었어요. 그 자리에 없었어요. 형한테서 들은 거잖아요. 근데 왜, 당신 말투는 마치 그날, 그 안에 있었던 사람 같죠?”
정우는 말없이 나를 노려봤다. 그 표정은 분노도, 상처도 아니었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표정. 그의 두 손이 책상 아래에서 천천히 떨리고 있었다.
그때 이서연이 입을 열었다.
“한도윤 씨는… 민성재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요…?”
“민성재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어요. 그날 새벽, 본인의 이름으로 남긴 유서가 있었고, 지문이 찍힌 약병도 발견됐습니다.”
서연의 말은 또렷하고 조용했다.
판결을 선고하는 목소리처럼.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도윤 씨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증오해서가 아니라, 이해받고 싶었기 때문이었죠.”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내려박혔다.
이해받고 싶었다.
나에게.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지나쳤던 나에게.
나는 숨이 가빠졌다.
턱이 떨리고, 손끝이 차가워졌다.
나는 직접 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누군가의 삶을 삼켰다는 사실은—
지금도 부정할 수 없었다.
민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어깨가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원망할 수 없었다.
그가 만든 ‘복수의 시나리오’는 틀렸지만,
그 감정은, 너무도 정확했다.
며칠 후, 사건은 조용히 정리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우울증에 의한 극단적 선택. 도윤은 무혐의로 풀려났고, 민정우는 허위진술과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되었다. 그 후, 도윤은 집으로 돌아왔다. 조용하고 어색한 일상. 하지만 어느 날, 우편함을 열자 하얀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보낸 사람은 없었다.
안엔 사진 한 장과 종이 쪽지.
사진은 고등학교 시절.
창고 복도, 흐릿한 조명 아래,
내가 서 있고,
민성재가 내 뒤에 있었다.
그리고, 쪽지.
“넌 봤잖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심장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건 누가 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정우일 수도, 서연일 수도, 아니면 성재 자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가능성 높은 건—나 자신.
그 문장은 내가 날 향해 쓰는 문장이었다.
나는 천천히 사진을 봉투에 넣고,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넣었다. 불을 끄고, 의자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기억은 잊히지 않았다.
그저,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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