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 단편 | 범죄•스릴러] 침묵(4)
4화기억은 거짓말을 한다꿈을 꿨다.짧고, 어둡고, 불편한 꿈이었다.어떤 남자의 뒷모습. 쪼그린 자세. 등 뒤로 새어 나오는 흐느낌. 그리고, 조용히 찢어지는 무언가의 소리.꿈 속에서 나는 그 남자를 부르려다 멈췄다.내가 왜 그를 알고 있는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는데도, 확실히 죄책감 같은 게 가슴 깊숙이 눌려 있었다.아침에 눈을 뜨자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텅 빈 느낌. 하지만 그 장면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사진 앱을 뒤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혹시 무언가… 익숙한 배경이라도 찍힌 게 있을까 싶어서.그리고 스크롤을 내리다, 한 장에서 손이 멈췄다.3년 전, 고등학교 동창회.그 사진 속, 구석에 서 있는 한..
2025. 3. 31.
[웹소설 | 단편 | 범죄•스릴러] 침묵 (1)
1화피로 시작된 아침그날 아침 눈을 뜬 순간, 지옥은 시작되었다.머릿속이 마구 뒤틀린다. 마치 누가 망치로 뒷통수를 수십 번 두들긴 것처럼, 통증이 울컥울컥 밀려온다.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자, 낯선 천장이 흐릿하게 시야를 채운다.노란 형광등 아래로 때가 낀 벽지, 얼룩진 커튼, 그리고 금이 간 천장. 숨을 들이쉬는 순간 코를 찌르는 싸한 냄새가 폐로 밀려든다. 곰팡이, 담배, 땀…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불쾌한 철냄새.이곳은 내 방이 아니다. 이 냄새도, 이 공기도, 이 낯선 공포도 전부 내 것이 아니었다. 머리를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그 순간. 왼팔 소매가 시야 한가운데를 스치며 지나간다.피.피다.심장이 세차게 요동친다. 붉게 말라붙은 얼룩이 셔츠 소매를 타고 굳어있다. 심지어 피는 단순히 묻..
2025. 3. 28.